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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신을 차리고 보니 낯선 곳에 누워 있었다. 나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,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느껴지는 것이라곤 습윤한 공기와 달짝지근한 향기 정도 뿐이었다. 그래서, 가만히 앉아 상념에 빠졌다.
강압적인 운의 목소리와 자신을 돕겠다며 한데 입을 모았던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.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며, 둘에게 그릇된 감정을 품었었다.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, 어째서 일주일의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지 의문이 들어 손을 올려 양 뺨을 감쌌다. 어쩐지, 볼이 홧홧했다.
아니, 상념에 빠질 때가 아니지. 계집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처럼 쓰러졌다, 끌려다니다를 반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. 무엇이라도 찾아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. 물체가 잘 보이지 않으니, 희미하게 보이는 물체를 더듬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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