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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-썩.
파도 소리가 참 요란하다.
고향이 어디고, 어디서 사령도까지 가는지는 모르나 이 철-썩, 철-썩하는 요란한 파도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는 사실은 알겠다. 파도의 사령가가 몇 번이나 이어져야 섬에 도착하나. 몸을 웅크린 채 주위를 둘러보다 입을 열면 답해주는 이 하나 없다.
“정-년에...”
저택에서 불렀으면 "아이고 미친 년", 마님이나 점순 언니가 내 뒤통수를 크게 갈겼을 텐데, 뒤통수 치는 사람 없는 것은 감사해야 하나. 배에 올라 웅크린 지금은 그들의 윽박도 그리워진다. 사람 마음 왜 이런지. 마치 이팔청춘 사랑하는 두 남녀가 운명이란 것에 의해 헤어지는 것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하다. 이 몸은 님 찾아 깊은 바다에 빠지는 게 아닌, 주인 어르신의 번영을 위해 사령도에 직접 몸을 바쳐, 어르신의 저주를 풀 노비 한 명이니 그런 거창한 사랑에 비유할 수는 없을 터다. 아이고, 아이고. 이런 나를 두고 동정해줄 사람도 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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