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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  나룻배에 내리자마자 안내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나를 안내해주었다. 검은 옷에 갓, 갓에는 가림막 같은 것이 붙어 있어 그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, 의중을 알 수 없었다. 마치 이야기로만 들어온 저승사자를 보는 것 같아 꺼림칙하기도 했다. 그렇지만 여기가 사령도라는 것 외에 아는 것도 없었으니,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는 없었다. 함께 온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하는지, 그들의 안내에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은 없었다.

   “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.”

   몇백 걸음 되지 않아 눈에 들어온 것은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. 마을에서 가장 잘 산다는 김부자댁도 이정도로 으리으리하지는 않았다. 숨겨둔 곳간이 많기야 했지만, 이렇게 노골적으로 집 한 채가 마을을 이룰 양 크지는 않았으니.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몰라 주위를 둘러보다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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