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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  안내받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다. 장롱이 하나, 서랍도 보이고, 돈이 좀 있다 싶은 사람은 혼자 살아도 적합했겠지만 내가 지내던 방에 비하면 넓기는 했었다. 하지만, 내 주위에 서 있는 이들은 이 방을 두고 크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니, 그들처럼 순수하게 감탄하고 싶지는 않았다. 다른 사람들도 아닌, 이들에게 무시당할 의향은 추호도 없었으니까.

   “...안녕하세요.”

   그 때, 그나마 복식이 깔끔한 아이가 말을 걸었다. 아니, 오히려 나보다 뗏깔이 고울지도 모르겠다. 단정히 묶은 머리, 고운 옷자락, 꼿꼿한 허리, 그러고 보니 김부자댁 딸이 이 배에 올랐다고 했던가. 다른 둘과 비교해보았을 때 응당 이 아이가 소문의 주인공일 터.

   “우리가 인사할 사이더냐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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