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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3. 첫날 밤 I 금앵

    “고맙다는 말도 할 줄 아냐?”

    얄궂은 년. 금앵은 툭 내뱉고는 내 옆에 앉았다. 조신하게 행동할 마음은 없는지, 금앵은 양반 다리로 앉더니 양 손을 그의 발목 위에 올렸다. 허리를 앞뒤로 흔드는 꼴이 청승맞다고 해야할지, 천박하다고 해야할지, 아까 전 금앵처럼 한숨을 쉬며 허리를 일으켰다.

   밤이 한창이다. 달짝지근한 향은 아까만큼 심하지는 않지만, 여전히 고요했다. 금앵이나 내가 무슨 말을 하기 전까지는 이 적막이 깨질 것 같지 않았다. 부끄러우리만치 비명을 질렀는데 향단과 이름 모를 아이는 어째서 일어나지 않는 건지. 조용히 자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다 금앵을 바라보았다. 금앵과 시선을 마주했다.

   “이 집은 기이하구나. 저승사자들 같이 음침한 안내인들하며, 이상한 것이 보이기도 하구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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