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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1. 덕례의 눈

    아버지는 딸의 목숨보다 그깟 쌀 삼백석이 중요하다며, 나를 사령도에 팔아 넘겼다.

   양반의 체통이니 뭐니, 그런 얘기도 이제는 옛날 얘기다. 돈방석에 앉은 자들은 한계를 몰라 신분을 샀고, 신분을 팔아넘기는 것은 아버지처럼 돈없이 신분만 꼭 쥐는 사내놈들이다. 계집으로 태어난 게 참으로 서럽다. 사내로 태어났으면 내가 먼저 아버지를 팔아 넘겨 망할 불효자식으로 불렀을 턴데. 계집으로 태어나 팔리는 지극정성한 효녀가 되었다. 사람은 어찌하여 팔리는 순간 이리도 악독한 마음을 가지게 될까! 양 손을 올려 뺨을 감싸도 내 악행을 나무랄 자 하나 없었다.

   이 바다에 빠지면 누가 나를 구해줄까. 손을 뻗어 파도에 손을 댈까하면, 누가 그 바다에 몸을 바치지 말라며 말할 것만 같았다. 눈을 감으면 찾아올 것 같은 그 이일까. 아니면, 나를 팔아넘긴 아버지일까. 고개를 들어 시선을 옮기면, 오지 않을 것 같은 사령도가 내 앞에 나타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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