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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  단정한 복장에 단정한 인상, 단정하다는 인상은 이 사람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그 이는 단정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. 선이 고운 것이 남자인지, 여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, 키가 팔 척은 될 것 같아 어렴풋이 아, 사내로구나, 짧게 생각했다.

   “저는 운이라 합니다. 일주일 뒤, 여러분을 신께 데리고 갈 안내자지요.”

   운이라 부르는 사람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얼굴처럼 단정한 목소리로 말했다.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, 저잣거리에서 만났다면, 분명 그의 말을 열이고 백이고 신뢰했을 터. 하지만, 이곳은 제물을 바치는 사령도였고, 나는 그 제물이었다. 그 제물을 관리하는, 그러니까, 이 사람은 새 주인이었다. 주권을 가진 사람은 함부로 믿어선 안 되었다. 아니, 아닌가. 주인 어르신은 나에게 친절했다. 좋은 옷도 입히셨다. 그러니 이분도 그분처럼 좋은 분이실 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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